[VON칼럼] 조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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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칼럼] 조선은 없다

니가타의 동해 바다. 일본쪽에서 보면 서해일 테고 일본해라고 불리는 이 바다 저쪽은 북한이다. 청진항이 가깝다.

1959년부터 이곳 니가타항을 통해 재일교포들이 10만에 가깝게 북한으로 들어갔다. 정확히는 ‘조선’으로 돌아갔다.

요코다 메구미가 니가타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납치됐다. 납북됐다 귀환한 하스이케 부부가 살고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병중인 30년 친구를 만나러 왔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 느끼는 것은 사람은 안 바껴도 세상은 조금씩 바뀐다는 것. 그래도 여전히 “바뀐다”는 동사에 참 안 어울리는 곳이 일본이라는 것. 일본보다 더 안 바뀌는 것은 나의 30년지기 친구.

그는 우리가 처음 만난 때가 1990년 8월이었다고 했다. 나는 그해 봄으로 기억하는데. 이 친구는 나보다 더 우리 엄마랑 얼굴이 닮았다. 자기 몸을 안 아끼고 남 배려가 몸에 배인 건 더 닮았다. 그래서 가끔씩 화가 난다. 엄마 생각에 더. 제발 폐를 좀 끼치며 사세요를 소리치기 일쑤다.

한국에서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않았는데 한국어를 그보다 더 잘하는 외국사람은 찾기 어렵지 않을까? 우리는 한국말로 언성을 높여가며 다투기도 하는데 주로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 배려하고 베풀다 몸과 마음이 상할까봐 그만 좀 남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챙기라고 내가 열폭하는 것이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은 정말 아찔하다. 그는 니가타 바닷가에 고급호텔을 예약해 두었고 그 호텔은 석식을 제공하는 전통호텔이었다. 그러나 투숙객 외에는 식사가 금지돼 있었다.

수술한 지 2주밖에 안 되는 환자가 우리에게 이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서 자신은 저녁을 굶고 우리의 식사를 구경할 뿐 아니라 이것저것 서빙에 만족하는 것이었다.

정말 한 점도 입에 넣지 못하는 것이다!

이게 일본이야.
어떻게 이런 식사를 예약할 수 있어?
최고의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어. 내 병을 걱정하여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니까.
문병온 우리에게 이건 고문이야.

대충 이런 대화가 오갔고 또 한편으로는 “정치적인 부딪힘”이 거셌다.

우리는 많이 비슷한데 크게 다르다. 가장 크게 다른 것은 일본인과 한국인의 차이고, 가장 크게 비슷한 것은 인문학도였고 인문학을 사랑하며 그래서 그는 인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됐고 나는 인문학의 실천으로서 북한 사람들의 자유와 인권에 투신하게 된 것.

우리는 30년 동안 영역을 잘 지켰다. 그는 인문학자로서 일본의 자유와 민주주의 확장에 관심있다. 헌법 9조를 위협하는 아베 총리에 대해 심히 비판적이고 우경화로 달려 가는 일본 20대를 걱정한다.

나는 헌법 3조와 4조를 지켜 북한에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확산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는 아베 총리가 헌법 9조를 폐기하기 위해 북한을 핑계거리로 삼는 것을 반대한다.

네가 왜 이승만을 추앙하는지 들어보고 싶어.
반만 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각 개인이 기본권을 가진 진정한 자유민들의 나라를 만들었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나라는 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구!

어쩌면 우리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심각한 대화를 나눈 것같다.

그는 일본에서 조선역사와 조선문학을 공부했고 한국에서 한국현대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한국은 한국이기도 조선이기도 하다. (일본은 대체로 공식적으로 한반도를 조선으로 지칭한다. 조선반도 조선어 조선학교 조선총련 북조선…)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은 아직 낯설고 조선은 가깝다.

18년 전에 나는 그의 도움으로 니가타의 조선학교를 방문했다. 김일성 부자 사진을 걸고 우상화를 실천하며 가르치는 조총련 학교였다. 그때 나는 조선일보 기자로서 “니가타의 조선학교”라는 짧은 칼럼을 남겼다.

문제는 다들 “조선과 한국” 사이에서 아직 방황중인 게 아닐까? “일본제국과 자유일본” 사이에서 아직 방황중인 게 아닐까?

이제 더 이상 “조선”은 없어. 마지막 조선, 김씨조선이 망한다고 누가 울까? 자국민을 노예로 만든 이성계의 이씨조선이나 김씨조선이나 이제 과거가 돼야 해!

일본이 더 근사한 나라, 자유와 민주주의가 더 확장되는 걸 원하지만 북한은 저대로 둘 수 없어.
북한의 인권문제에 나도 관심있어! 그러나 외국이야.

맞다. 그에게 한국은 외국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일본인에게 일본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일본사회에서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민주주의로의 도약을 바라는 극소수의 지식인. 그를 존경한다.

그러나 나의 조국은 대한민국! 1948년에 만든 위대한 나라 대한민국. 이 나라가 북한에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나누어주는 진정한 의미의 건국의 완성.

내 인생에서 인문학의 지평에서 만난 가장 소중한 친구가 이제 내가 무슨 일을 정확히 하는지 내년이면 만 30년이니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 김미영 전환기정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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