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N기획_탈북자는 말한다 ④] 조용히 굶어 죽지 않은 죄, 사형(死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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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기획_탈북자는 말한다]

조용히 굶어 죽지 않은 죄, 사형(死刑)!

<<편집자주-북한민주화위원회 회원들이 부정기적으로 쓰는 에세이를 최소한의 편집으로 VON에서도 싣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죽기 몇 해 전부터 식량난을 본격적으로 겪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김일성이 죽고 나서 사정은 극치에 달했다.

2, 3년을 일해도 월급을 받은 적은 몇 달 안 되고 배급은 탄광 노동자들한테 우대하여 준다는 것이 한 달에 5일분 식량을 주면 잘 주는 것이고 아예 안 주는 달이 수두룩하였으며 많이 주면 10~15일분이었다.

중국에 친척이 있거나 국가 요직에 있는 사람과 농촌에서 개인 소토지(뙈기밭)를 조금씩 하는 사람들을 빼고는 거의 하루 세끼 피죽도 먹기 힘들었다.

아침에 눈만 뜨면 배낭을 메고 토끼가 먹는 풀이면 사람이 먹어도 된다고 하여 풀이란 풀은 다 찾아 헤매었다. 밤이면 도둑질하러 다녔고 도둑질을 못 하면 조용히 굶어 죽어야 했다.

농장 밭에 나가 옥수수 이삭을 뜯어서 바지 벨트에 돌려가며 꽂아 두르고 위에는 헐렁한 옷을 입어 감추었다. 아파트에서 밤에 귀를 기울이면 집집에 문을 여닫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것도 도둑고양이 마냥 살금살금.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인간의 신음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오는 듯했다.

아무리 풀을 많이 뜯어온들 사람은 밥 먹고 살아야 하는데 어찌 풀만 먹고 살겠나? 나물 한 솥에 옥수수가루 한 줌이라도 섞어 곡물 냄새를 풍기느라 용을 써야 했다.

농장 밭 옥수수 이삭에 손 안 댄 사람 얼마나 있을까? 감자밭에 손 안댄 사람 얼마일까? 배급도 안주고 월급도 안주고 그렇다 하여 식량이 어디서 나오는 데도 없고, 도둑질만이 살길이라는 걸 사람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너나없이 한 이삭 두 이삭 농장 옥수수로 생명을 부지하려니 그마저도 김정일이 허락하지 않았다. 민간인들 경비로 안 돼 군인들에게 총을 들려 경비를 세웠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농장 길 입구마다 지키고 서서 나물을 담은 배낭도 밑바닥이 보이도록 다 털어가며 검사했다. 그러다 옥수수 한 이삭이라도 발견되면 끌려가서 죽도록 매맞고 애써 뜯은 나물마저도 다 빼앗기고 빈털터리가 되어 퍼렇게 멍이 들어 집에 돌아오곤 했다.

탈곡장에도 군인들이 총 들고 보초를 서지만 그래도 죽음을 각오하고 생과 사의 갈림길을 넘어 배낭을 둘러메고 낟알 더미에 다가선다. 그래서 성공하면 한 며칠은 살겠구나 하는 안도의 회심의 미소가 도는데 들키면 또 반죽음을 당해야 했다.

나와 아오지 탄광에서 함께 일한 친구의 남편은 공장에서 알루미늄 7킬로그램을 훔쳐서 나오다 공장 경비대에 잡혀 경찰(안전부)에 끌려갔다. 너무 배가 고파 그것이라도 팔아야 했던 것이다.

친구의 아버지와 친구 남편의 아버지는 국군포로였다. 그것 때문에 죄가 더 가해졌는지 결국 사형당했다. 김정일이 특별 방침으로 금속 밀수하는 사람들을 당의 이름으로 무조건 처단한다며 친구의 남편은 끝내 꽃다운 나이 29세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소꿉놀이 친구도 예비 신랑과 동(구리)을 가지고 압록강을 건너 밀매하다가 21세의 한창 피어나야 할 나이에 사형대의 총구 앞에서 생을 마쳤다.

너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나의 심장에 총알이 박히는 것 같았다. 우리 인민반 반장네 가족도 한날한시에 엄마와 아들 두 명, 사위가 처형당했다. 며칠 동안 낟알 구경을 못 하고 굶어 죽게 되니 온 가족이 도둑질하러 나섰던 것이다.

결국 들켜서 모두 수갑을 차고 사형대 총구 앞에 섰다. 그분들은 마음이 비단 같은 사람들이었다. 법이 없어도 살 사람들이라고 주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분들이었다.

모질게 찾아온 굶주림은 사람을 인사불성으로 만들어 놓았고 오직 붙어있는 생명 줄을 놓치지 않으려고 인간을 미치도록 만들어 놓았다.

또 한 사람은 농장 탈곡장에서 벼 한 배낭 훔치려 하다가 군인의 총에 맞아 죽고 다른 한 사람은 붙잡혀서 안전부에 구류되어 반년 만에 초죽음이 되어 나왔다. 얼마나 무릎을 꿇어 앉혀 놓았는지 무릎과 복사뼈 있는 곳에 종기가 나서 썩어서 뼈가 허옇게 들여다보였다. 얼마나 머리를 못 들게 하였는지 목이 굳어져서 머리를 마음대로 돌리지 못했다.

산에 소나무 껍질을 다 벗겨내서 잿물에 불려 놓았다 방망이로 두드려 낟알 한줌에 송기떡을 만들어 먹고 솔방울은 탈탈 털어서 송분을 받아내고 느릅나무 껍질을 벗겨 가루 내어서 먹어보고 풀씨를 흩어서 껍질 채 갈고 논밭에 청개구리도 잡아서 껍질을 벗겨 먹고 술과 엿을 만들어낸 찌꺼기도 위장이 절여지도록 먹어야 했다.

도토리철에는 몇 십리 산에 가서 도토리를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집에 와서는 삶아내고 말리고 껍질을 벗기고 독을 우려내어 고물을 만들어 먹었다. 그걸 먹고는 심한 변비가 와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음소리를 낸다.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다시는 안 먹겠다고 맹세하고 또 먹었다.

독재자는 너무나도 착하고 순진한 백성들을 도둑이 아닌 도둑으로 만들어 놓았다. 강도 아닌 강도로 만들어 놓았다. 돌이켜 보면 살아보려고 안 먹어본 것이 없다 할정도로 찾아 헤맸다. 살수만 있다면, 굶지 않고 먹을 수만 있다면 못할 짓이 없었다.

오직 김일성 부자한테 충성 다하는 것밖에 모르는 순박하기 그지없는 백성들을 삶을 위해 최후 발악을 하게 만들어 놓고, 또 그 이유로 독재자는 수 없는 생명들을 사형대 총구 앞에 세워 생명을 앗아갔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생명들이 이 세상에서 그렇게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작은 한반도가 둘로 갈라져 한쪽은 세계 경제 최강을 자랑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자유와 인권이 없는 땅에서 수많은 백성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군사분계선은 이승과 저승을 갈라놓는 담벼락 같기도 하다.

북한 독재자는 아직도 백성의 피로 기름진 배를 내밀고 사회주의요 고난의 행군이요 하면서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 자기가 아닌 다른 나라 때문에 못산다고 구구절절 변명하고 있다.

이처럼 파렴치하고 잔인한 인간 흡혈귀들이 꼭 망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구천을 떠도는 수많은 원혼들이 결코 그들의 죄악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모래성 위에 있는 정권이 반드시 허물어지고야 말 것이다. 그리 되게 하여 달라고 열심히 기도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굶주림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 형제들을 구원해달라고.

/ 아침이슬(가명, 2005년 11월 4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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