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N에세이] 우리는 왜 주체사상파와 싸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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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주체사상은 공산주의다!

/ 김미영 전환기정의연구원장, 전 한동대 교수

<주 : 이 글은 기독법률가들이 만든 NGO 크레도(CREDO)2019년 3월호에 실린 글을 편집 전 버전으로 수록한 것입니다.>

2005년 봄부터 2009년 봄까지 한동대에서 ‘지성과 현실’이라는 제목의 학부 교양 수업을 맡았다. 북한 인권 문제를 법적으로 다루기 위해 미국법과 국제법을 공부하러 로스쿨을 간 것이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다른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강좌명은 [지성과 현실]로 짓고, 강의는 대학원때까지 전공이었던 근대사상사를 큰 줄기로 해서 신문기자 등 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 북한 인권운동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인간의 정신이 만들어가는 현실, 역사, 국제정치, 그리고 한반도 미래 전망을 통합적으로 구성하여 가르치게 되었다. 지성과 현실이 따로 놀지 않고 한 패로 다닐 때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 강의는 큰 결실로 돌아왔다.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상당수가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11년부터 [북한 정치범수용소 전시회_그곳에는 사랑이 없다]를 기획하여 전국, 전세계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동대 북한인권학회 세이지(세상을 이기는 그리스도의 지성) 는 이 수업을 통해 나온 것이었다. 북한의 현실이란 독이 든 인간 지성이 낳은 괴물임을 증명하는 증거가 정치범수용소였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 수업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히는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해 주었다. “한국 사회에서 불가피하게 이승만이냐 김일성이냐 이 질문이 공식적으로 던져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대답은 결코 쉽게 이승만이 아니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이루어 내기 위해 겪어갈 수밖에 없는 시대다. 그 시대는 어두운 시대이니 영혼을 상실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고 말했다. 10여년 지난 지금, 바로 그때가 도래했다고 느낀다. 개인과 국가가 모두 영혼의 공습경보 상태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신이 되고 구원자가 되어 군림하고 통치하는 북한과 그들의 통치 이데올로기 김일성주의, 주체사상을 신봉했던 사람들이 현재 정치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결코 무심해질 수 없는 사실이다. 크리스천에게는 특히 그렇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뭔가 심각한 무기력증에 노출되어 있다. 어디서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지는 차치하고 “왜” 싸워야 하는지조차 아직 자각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첫 학기부터 당시 연세대 석좌교수로 계셨고 나중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신 이승만 전문가 유영익 교수가 3주간 이승만에 관한 강의를 해 주셨다. 매일 고3처럼 이승만 1차 자료를 읽으며 공부하고 글쓰고 있다고 말씀하신 최고의 전문가가 우리의 [지성과 현실]에서 이승만 대통령에 관해 강의해 주신 것은 작은 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 개인이 자유와 인권을 갖게 된 이승만의 건국은 진정한 자유민들의 공화국의 시작이며 반만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이다, 유교수님의 강의를 요약하면 이렇다.

파란을 불러온 강의였다. 그러나 우리 민족을 민족의 이름으로 짓밟고 자기 가족의 노예로 만들어온 김일성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비교할 때 이승만과 그의 자유민주주의 건국은 얼마나 위대한가! 대한민국 건국은 기독교 부흥과도 뗄 수 없는 사건인데도 기독교회조차 이승만의 가치와 의미를 잘 모른다. 원인을 찾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승만이냐? 김일성이냐?” 그야말로 ‘참람’되게 들리는 이 질문이 현실에서 중요해진 경로는 비교적 단순하다. 1980년대 스스로 민주화를 쟁취해 냈다고 믿은 운동권 대학생들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만들었다. 이들은 소위 주체사상파 학생 대중조직이었으나 그 배후에 이들을 움직이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이들은 20대부터 정치와 권력에 눈을 떴고, 무엇보다 자신들이 세상을 “뒤집어놓고 바꾸어 놓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래위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는 교만하고 어린 지도자들이 대거 양산된 것이다.

전대협은 6기 의장까지 배출했다. 약화되기 시작한 5기, 6기를 제외한 1기부터 4기까지가 지금 현실권력의 중심에 있다. 1기 의장이 국회의원, 2기가 코레일 사장(연이은 사고로 사임), 3기가 대통령 비서실장, 4기가 국회의원이 되었다. 청와대 요직의 상당수를 이들 조직이 차지했고, 국회 사법부 언론은 물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중요 직책을 석권해 있는 상황이다. 우리 일상과 멀리 있는 ‘주체사상파’에 대한 관심이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확산된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일 것이다. 전대협이 우리를 다스리고 있다!

1989년 대학에 입학해던 나는 마치 관찰자처럼 또는 감시자처럼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 있었다. 1999년 나는 월간조선의 요청으로 1980년대 말 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만들었던 이 전대협의 배후세력에 대해 철저히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주체사상파의 대부 강철 김영환과 그의 조직 일망타진]에 관련 거의 1년에 걸쳐 취재하고 많은 글들을 썼다. 당시 중국에 숨어 있던 김영환씨를 한국에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데 힘썼고 돌아와서 수사를 받는 김영환씨를 직접 만나 많은 사실을 확인해 알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오래지 않아 전향하지 않은 친북 친김일성 세력이 조직적으로 대한민국을 장악하게 될 것은 예측이 가능했다. 고시와 같은 시험을 통해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 요직을 차지하게 된 비전향 주사파 엘리트가 너무 많았고 대안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강성 노조의 종북세력화는 두 말이 필요없다.

지금 현실 권력을 가진 전대협 세력에게 주체사상이 더 이상 중요한 것일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신에게 ‘주사파’라고 부르지 마라고 고소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의 인적 네트워크, 즉 조직은 여전히 살아있고, 무엇보다 그들이 오래전부터 주장했던 구호는 현실에서 정책이 되어 돌아다니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지우려는 시도가 교과서는 물론 헌법까지 위협하고 있고, 종전선언, 평화협정 그들의 오랜 구호가 안보 영역까지 휩쓸고 있다.

칼 마르크스는 피의 러시아혁명을 내다봤을까? 레닌 스탈린 모택동 폴포트 김일성 등에 대해 “나는 모른다!”고 하지 않을까? 김일성 자녀들의 가정교사를 맡기도 했던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김정일은 자본론 몇 쪽도 읽어내지 못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북한은 오래 전에 마르크스 자본론을 금서로 지정했다. 북한에서 “주체”라는 말은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 중국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그들은 김일성 우상화로 뭉치기 위해 주체라는 말은 고안했고 그들은 주체의 기원이 1930년 카륜회의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 1년으로 표기하는 새로운 연대기를 창안했다. 철학적으로는 마르크스-레닌주의로부터의 결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60년대 중소분쟁 와중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사상은 공산주의다. 종교화된 공산주의며 기독교 이단 사이비 조직과 유사점을 갖고 있다. 북한에서든 남한에서든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람은 이단 종교에 빠진 사람과 비슷한 행태를 보여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에서 주체사상이 하나의 국가 이데올로기에서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김일성을 정점으로 한 국가 종교화되었고 우상화의 정도는 심각해졌다.

1950년대 말에 이미 본격화된 김일성 우상화는 1974년 [당의 유일사상 체계확립을 위한 10대원칙]에서 김일성을 신적 지위에 올려 놓았다. 유일사상 10대 원칙은 절대화, 신조화, 무조건화, 신격화의 원칙을 천명했고 김일성과 그 아들, 손자까지 수령 지위에 오를 수 있도록 10조를 통해 못박아둔 신성불가침 가족정치를 선언하였다. 신성불가침의 수준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어서 이들 3대 사진을 부주의로 훼손해도 인간의 지위에서 박탈되어 짐승 이하의 삶을 사는 정치범수용소에 유폐되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북한식 신성모독자들의 감옥이다. 형법 위반자들의 감옥이 아니라 바로 이 유일사상10대원칙 위반자들이 가는 감옥이기 때문이다. 해석의 여지가 많고 모함도 얼마든지 가능한 법 아닌 법의 희생자들이 수십 만 수용소에 갇혀 죽어갔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는 정치범수용소, 즉 특별독재대상구역인 것이다. 미국인 오토 웜비어 씨의 희생 또한 이 유일사상 10대 원칙에 의거했다고 알려져 있다. 수령의 얼굴이 나온 신문에 신발을 쌌다는 이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그런데 가능하고 언제나 현실인 곳이 북한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현실은 외면하고 ‘평화’를 말한다. 과연 평화란 무엇인가? 우리는 또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에 봉착해 있다.

지금 백주대낮을 활보하며 김정은을 위인이라 칭송하는 소위 백두칭송위원회는 유일사상, 즉 수령절대주의를 환영하는 무리들이다. 지금 한국은 이런 사람들이 존재할 뿐 아니라 처벌할 수도 없는 사회가 되었다. 이들이 무시해도 좋을 만큼 미미한 한 줌에 불과한 존재들일까? 이석기 석방 양승태 구속을 울부짖으며 다니는 이들은 여전히 정당 한 두 개는 쉽게 만들 만한 조직을 갖고 있고 제도권 곳곳에 자신들의 사람들을 심어놓은 결코 미미한 존재들이 아니다. 우리 사회 어떤 영역에서든 반인도범죄자 김정은은 대한민국의 신고간난을 통해 만들어온 어떤 역대 지도자보다 추앙된다. 미국과 일본은 배격의 대상이고 북한과의 평화협정은 지상과제가 되었다. 북한의 인권 유린은 평화 프레임에 갇혀 입도 벙긋 못할 주제가 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한국에는 김일성 유일사상은 진정한 주체사상이 아니라 사이비 주체사상이라고 주장하는 또 하나의 주체사상파가 있다. 자신들을 정통이고 우파, 심지어 진짜 보수라고까지 표방하고 있다. 과연 사이비 주체사상파와는 다른 진정한 주체사상파가 있고 이들은 괜찮다는 말인가? 수령절대주의, 수령론을 배격하는 주체사상은 허용해도 좋은가? 가치의 대혼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 철학 이론 사상으로서의 주체사상을 창시한 것으로 알려져온 황장엽 씨의 주체사상은 적어도 1997년 그가 김정일에 반대하여 망명한 이후에 한국에서 합법화되었다. 그의 주체사상은 이제 “인간중심철학” “사람중심철학”으로 불린다. 지금 한국 사회 곳곳에 붙어있는 “사람사랑” “사람중심” “사람이 먼저다” 등의 정치 캐치프레이즈도 연원을 따라가 보면 황장엽 주체사상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 확산되었던 NL의 주체사상은 김일성 주체사상인가 황장엽 주체사상인가? 어느 쪽이든 민족해방파(NL: Liberation)라고 불렸다. 구분 자체가 되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보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6.25전쟁을 국제법적으로 끝내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주장하며 김일성이 제안한 연방제를 적절한 통일방안으로 보았다. 바야흐로 이런 사고가 우리 사회의 주류에 흘러들었고 제도권을 “장악”했다고 보아도 될 듯하다.

깜짝 놀랄 정도로 심각한 종북세력이 장악한 노조와 1980년대 의식화 학습을 통해 굳어진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른바 제도권 지식인들을 숱하게 목격했다. 대학의 강단은 다수의 NL과 소수의 PD가 장악하다시피 했다. 어느 쪽도 다 공산주의자들이다. 황장엽 주체사상이든 김일성 유일사상이든 아니면 마르크스-레닌주의든 그것은 1980년대 학생운동 출신 다수에게 도그마였고 신앙이었다. 이들은 공산주의 학습을 통해 권력을 획득하는 방법을 너무 잘 꿰고 있었다.

김일성파든 황장엽파든 우리는 왜 주체사상파와 싸워야 하는가? 거듭 강조하건대 주체사상은 공산주의다. 공산주의자들조차 사이비로 낙인찍은 더 지독한 공산주의다. 예수 그리스도를 대적하고 교회를 말살시킨다. 인간을 신으로 군림시키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을 경멸하고 그들만의 신에게 인간의 지성과 영혼을 복종시킨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압살하며 인간을 스스로 노예의 길에 걸어들어 오도록 유인하고 초대한다.

왜 요사이 교회가 반공을 배격하는가? 공산주의와 싸우는 것은 신앙과 교회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공산주의자인 이웃도 사랑하라는 요구인가? 물론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더 이상 우리의 생명과 신앙을 위협하지 않을 때 적절한 대우를 할 수 있다. 교회가 공산주의를 용인하고 수용하는 것이 사랑인가? 인간의 얼굴을 하고 교회와 국가에 스며들어온 사악한 공산주의 주체사상에 눈을 뜨고 저항해야 마땅하다.

주체사상은 전체주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생각은 말로는 모르지만 실체적으로는 이 사상에 들어있지 않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도대체 그 하나는 누구란 말인가? 크리스천으로서 그 하나가 예수 그리스도라면 받아들일 수 있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하나가 김일성 3대가 아니라고 해도 일단 주체사상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수령”이 있다. 그들은 “수(首)”라고 줄여 부른다.

주체사상의 인간중심은 거짓말이다. 북한 헌법 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인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자기 활동의 지도적지침으로 삼는다.” 이 북한 헌법의 별칭은 “김일성 김정일 헌법”이다. 결국 가짜 신에게 봉사하는 사이비 인본주의일 뿐이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은 공짜로 존엄성을 주신 하나님의 권능 안에서만 가능하다. 기독교조차 이 단순한 진실을 망각하고 있는 어두운 시대, 깨달은 사람이라도 싸워야 한다. 영혼과 천국에 대한 소망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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